https://youtu.be/SIuF37EWaLU?si=BfCObIwG7VtW6HXL
Q. 한 달 간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감정 상태의 변화가 긍정적으로 바뀐 경우 긍정적으로 바뀐 상황, 이유를 떠올려 보고 이를 한 단계 더 개선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면 좋을까요?
1주차 (기획 + 팀빌딩)
당황스러움, 화남, 불안함, 답답함, 초조함
나는 함께 하는 사람이 좋을 때 힘이 난다. 레벨2에서 크루들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했다. “성격이 정말 안 맞는데 일 잘 하는 크루 vs 일을 못하는데 성격이 정말 잘 맞는 크루” 중 누구와 함께 프로젝트하는 것이 좋은가? 나는 항상 후자를 택했다. 그만큼 레벨3 프로젝트 조 크루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고 나와 성격이 잘 맞는 사람이길 바랐다.
그러나 레벨3 프로젝트 첫 회의를 진행했을 때 나는 너무나 큰 절망감에 빠졌다. 이들이 나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판단했다. 서로의 말에 집중하지 않고 본인들의 주장만 늘어놓는 모습, 누군가 이야기하고 있어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나면 주저 없이 말을 끊고 이야기하는 모습. 그들은 그들의 행동에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당시 나의 눈에는 이렇게 다가왔다. 그 모습들을 보며 나는 나의 의견을 표출하고 싶어도 표출할 수 없었다. 말을 할 텀이 주어지지 않았고, 말을 하는 도중에도 자주 끊겼다. 원래도 목소리가 크지 않고 말이 많지 않은 편인데, 이러한 회의 분위기 속에서는 점점 더 말을 할 용기를 잃어갔다. 그렇게 입이 바싹 마른 채 첫 회의가 마무리 되었고, 내가 고대하던 레벨3가 무너졌다. 누군가는 별일 아니라 이야기했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레벨2 내내 기대하고 바라왔던 내가 원하던 레벨3 세상이 있었다. 그 세상이 한번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정말 당황스러웠고 초조했다.
2주차 (팀빌딩 + 1차 데모데이)
슬픔, 침울함, 피곤함, 지침, 귀찮음
내가 바라던 세상이 무너지고, 나는 나의 방식으로 팀 문화를 개선해보고자 노력했다. 회고를 자주 진행하자 이야기했다. 또, 말을 하는 사람이 있어도 듣는 사람이 없다면 그 이야기는 휘발되니, 모든 사람들이 말하기보단 듣기에 초점을 두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나와 같은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도 있었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 다음 회의부턴 그들의 노력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고, 그 노력들이 너무 소중했고 고마웠다.
하지만 노력으로 되지 않는 부분도 당연히 있었다. 그들이 지금까지 고수해온 회의에서의 포지션이 있었을테고 하고 싶은 말을 바로 꺼내는 것이 익숙한 그들의 성향이 있었을테다. 그럼에도 노력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기 때문에, ‘당신들의 의사소통 방식 고치세요!’ 라고 섣불리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이 상황을 개선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팀원들과의 회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지쳐갔고 피곤했다. 쉬는 시간이나 식사 시간엔 다른 조의 편한 크루들을 찾아가거나 혼자 있고 싶어했다. 내가 이 상황을 완벽하게는 개선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공과 사를 분리하자’는 명목으로 나도 모르게 우리 팀원들을 피했다.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그닥 즐겁지 않았다.
3주차 (해커톤 + 서비스 개발)
무기력함, 우울함, 귀찮음, 침울함
1차 데모데이 후 한 번 더 회고를 진행했다.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으면 좋겠는 나의 바람을 한 번 더 전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태도로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좋겠는지 함께 이야기했다. 내 목소리가 크지 않아서 내 이야기가 잘 전달되고 있는지 궁금하니, 잘 듣고 있다면 비언어적으로라도 듣고 있음을 표현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러분의 소통 방식이 싫어요! 고쳐주세요!’ 강하게 말하는 것이 어쩌면 더 효과적이었을 수 있겠지만, 잘 나아가고 있는 팀에 균열을 내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내가 조금만 버티면 되니까 더 힘든 상황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조금씩 나아지겠지 믿었다. 하지만 점점 등교 시간이 즐겁지 않아졌고, 어서 저녁 6시가 되어 개인 공부의 시간만 오기를 기다렸다.
더불어 회의 시간에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기 어려우니,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끊어야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그런 내가 싫었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자연스럽게 팀에서 나의 기여도 또한 낮아진다고 생각했다.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함께 들면서 점점 더 무기력해졌고 열심히 참여하되 빠르게 프로젝트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4주차 (서비스 개발 + 2차 데모데이)
후련함, 든든함, 뿌듯함, 상쾌함, 기쁨, 즐거움, 만족스러움, 안정감, 행복
팀 내 의사소통 방식의 차이로 한 크루(A)의 감정에 상처가 났다. 크루 A의 말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말할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크루(C)를 돕기 위해 다른 크루(B)가 말을 하고 있는 크루(A)에게 무의식적으로 감정 섞인 말을 전한 것이다. 두 입장 모두가 충분히 이해되었고, 제3자였던 나는 그 상황에서 큰 문제가 생기지 않으리라 판단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크루(A)는 그 말에 큰 상처를 받았고 7명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본인의 감정을 털어냈다. 그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정말 대단했다.
이 일을 계기로 우리 조는 리사와 깊은 상담을 했다. 그 크루(A)의 이야기를 옆에서 직접 듣고, 완전히 정반대의 성향인 나의 입장도 함께 생각하며 이입했다. 현재 나의 상황과, 지금까지 나의 대처 방식 또한 돌아보았다. 어쩌면 여태껏 내가 이 상황을 본격적으로 마주하지 않아서, 요리조리 피하기만 해서 발생한 문제였을 수 있겠다는 생각과, 나도 모르게 팀원들에게 느꼈던 미웠던 감정들과, 속에서 썩어가던 생각들과, 힘들었던 시간들이 얽히고 쌓여 터져버렸다. 함께 있던 크루 셋이 다함께 엉엉 울어버렸다. 그러면서 나의 고충을 전하고 그동안 팀을 대하던 나의 마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크루들에 대한 미운 감정들까지 모조리 말로 털어냈다.
덕분에 혼자 끙끙 앓던 부분들이 해소 되었고, 내가 크루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말들과 해결 방안들을 리사가 제시해주었다. 그 폭풍같던 상담을 통해 우리끼리 느낀 바가 있었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우리 조는 그라운드 룰을 일부 수정했다. 말이 길어지는 사람은 짧게 핵심 사항만 이야기하기로, 그리고 말 사이에 텀을 갖기로 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은 ✋ 손 이모티콘을 회의 중 슬랙 스레드에 남겨 의견이 있음을 표현하기로 했다. 그 후 몇번의 회의를 거치며 그 전보다도 더욱 노력하는 크루들의 모습이 보였고, 나도 내 이야기를 수월하게 꺼낼 수 있었다. 이젠 회의하는 시간이 부담스럽지 않았고 오히려 다같이 이야기하는 자리가 생겨 좋았다. 서로의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고 들으니 팀원들이 인간적으로도 좋아졌다. 팀원들에게 애정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총대마켓 서비스에도 깊은 애정이 생겼다. 본인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크루 A가 트리거가 되어주었다. '내가 피하지 않았다면 상처입지 않았을텐데'라는 마음에 미안하기도 하면서, 덕분에 내가 개선하고 싶던 부분들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고맙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본격적인 코드 구현을 시작했다. 우테코 내에서만큼은 이상을 추구하기로 했던 우리는 모든 기능 구현을 페어로 진행했다. 당연히 혼자 하는 개발이 더 편했겠지만, 페어로 진행하니 초반에 코드 컨벤션 맞추기가 수월했고, 나의 생각과 페어의 생각이 하나의 코드에 담겼기 때문에 코드 퀄리티도 더욱 높았다. 토의하고 논의하며 코드의 방향을 잡아가기에 서비스 코드 작성 뿐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학습의 기회가 되어주기도 했다. 역시 나는 개발자인지, 코드를 작성하면서 만족스러움과 안정감을 느끼기도 했다.
2차 데모데이 날이 되었다. 전날 내가 발표자로 지정되었지만, 갑작스럽게 트러블슈팅을 하느라 발표를 많이 준비하지 못했다. 심지어 발표에 자신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아침에 다급하게 준비한 것에 비해 나름 성공적으로 발표를 마쳤다. 코치님들이 질문해주었던 부분들이, 우리 조에서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되었던 부분들이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대답할 수 있었고, 유의미한 피드백도 많이 받았다. 우리 조가 지금까지 힘듦 속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왔어서, 서로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려고 계속 노력해와서, 분업이 아닌 협업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어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발표가 끝나고 주변 크루들에게 의외(?)라는 이야기, 용맹하게 호랑이(?) 살쾡이(?)처럼 잘했다는 이야기, 가식적인 얘기 절대 안 하는데 진짜 발표 잘 한다는 이야기,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후련했고 기분이 날아갈듯 좋았다.
역시나 데모데이가 끝나고 또 한 번 두시간의 진한 회고를 진행했다. 서로에게 너무 잘했다, 수고했다, 이번 스프린트 정말 인상 깊었다, 책임감 있게 수고해주어 고맙다, 여러분이 너무 좋다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앞으로 어떤 점을 개선해야하고 어떻게 우리 서비스를 개선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역시 했다. 회고를 진행하며 우리 팀이 인간 대 인간으로 더 좋아졌고, 발표를 해야한다는 부담감도 꽤 좋은 결과로 해소되어 뿌듯했고 후련했다. 심지어는 두려워하던 발표에 약간의 자신감까지 생겨버렸다.
우리 팀의 이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우린 무엇을 해야할까. 지금처럼 주기적으로 회고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역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슴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꺼내야 할 것이다. 아쉬움이 생기면 그때그때 털어내고 회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안 그래도 2차 데모데이를 기분 좋게 마친 지금, 우리 팀이 너무 좋고 우리 팀원들 어디에 자랑하고 싶어서 어깨가 올라가 있었는데, 겸손하고도 싶어서 자랑을 자제했다. 이 시점에 자랑과 함께 감정 회고를 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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